jonathan_report
어느 지휘관의 영상 기록
day48.mp4
(파일 손상, 음성만 출력 됩니다.) 내 이름은 조나단 크로스. 나이는 스물 여덟. 연구소 조사 임무를 위해 양산형 5기를 포함한 니케 총 9기를 이끌고 지상에 올라왔다. 올라온지는 벌써 48일째지만, 이제 와서 기록을 남기는 건 더 이상 방주에 직접 상황을 보고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통신기는 어제 전투에서 부서졌고, 수리가 불가능해 보이므로.
day51.mp4
(파일 손상, 음성만 출력 됩니다.) 어제 로드 급과 조우했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전멸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를 먹이로 주고 나머지를 살릴 것인가? 결국 나는 양산형 5기에게 죽으라고 명령했다. (한숨) 결과적으로 그건 지독한 오판이었다. 동료들의 희생을 견디지 못한 니케 2기가 사고 전환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나머지 2기가 그들을 쏘아 죽였는데, 그로 인해 그들의 멘탈도 굉장히 불안정해졌다.
day55.mp4
(파일 손상, 음성만 출력 됩니다.) 희망을 보았다. 아니, 어쩌면 신기루인가? 멀리서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그것은 분명 인간의 손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1차 침공기 이전의 다 무너져가는 폐허가 아닌, 동시대 혹은 그 이상의 기술로 만들어져 아마도 현재까지도 사용 중인 건물. 확신하는 이유는 그곳에 불빛이 있었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천사, 혹은 니케의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내일, 동이 트는대로 우리는 그곳으로 갈 것이다.
day59.mp4
(파일 손상, 음성만 출력 됩니다.) 낙원은 닿을 수 없기에 낙원이다. 처음 그 건물을 발견한 뒤로, 나는 마지막 남은 1기의 니케와 함께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건물은 가까워지기는커녕 도리어 점점 더 희미해지더니 급기야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나와 죽어가는 나의 니케가 본 것은 정말 환상이었을까?
daywhatever.mp4
(파일 손상, 음성만 출력 됩니다.) 나의 마지막 니케… 젠장, 그냥 이름을 말하겠다. 델라는 죽었다. 사고 전환을 일으켜서, 자신이 마침내 구조되어 낙원에 들어갔다고 믿으면서. 나는 한참 동안 그녀의 못쓰게 된 바디 곁에 있었다. 니케 없이 지상을 어슬렁거리다가 개죽음 당하느니 이렇게 애도하다 가는 편이 좀 더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침묵) (침묵) (침묵) 슬슬 몸에 힘이 빠지고, 추위가 편안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동시에 은신처의 깨진 창문 너머로 뭔가가 보인다. 언제 사라졌냐는 듯 선명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낙원.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간절히 바란다. 부디 내게도 사고 전환이라는 행운이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