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큐브 관찰 일지
조난된 니케가 남긴 일지
코어 출력 잔량 5%
코어 출력이 바닥나기 직전이다. 지금 상태로 할 수 있는 건 그저 멍하니 앉아 죽기 전까지 가상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밖에 없겠지. 어쩌다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랩쳐와 전투를 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꼴이다. 머리 위엔 하모니 큐브가 떠 있고, 나는 움직일 수 없다. 하모니 큐브는 열심히 활동하는 듯하다.
코어 출력 잔량 3%
하모니 큐브 아래에 하얀색 필드가 생겨났다. 건물로 보이는 뭔가도 조금 솟아났다. 재질이 유리… 같아 보인다. 아아… 그렇구나. 수정이 전기를 다 잡아먹으니까, 아예 절연체로 이 일대를 재구성하는 거구나. 하모니 큐브는 방주를 만드는 기계니까. 제법 융통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코어 출력 잔량 2%
열심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하모니 큐브를 쳐다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재료를 어디서 수급하는 거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유리로 만든 필드와 건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텐데. 주위를 관찰하기를 며칠. 인근에 있던 건물이 앙상해짐을 확인했다. 그래. 그렇구나. 다른 건물을 재료로 써서 만드는 거였어. 대단한 기술이네. 분해와 재구축까지 해내다니. 죽기 직전에, 저게 만드는 게 뭔지 확인하면 참 좋겠다.
코어 출력 잔량 0.4%
바디 일부가 소멸됐다. 아아… 그렇구나. 나마저 재료로 사용하는구나. 끝까지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초석이 된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겠네.